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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의뢰

★★ 기초과학연구원 중이온가속기 챔버 설계의뢰후기 (3)

PCB제작을 하다보니 PCB설계해달라는 문의가 꽤 많았어요. 

제작과 설계는 다른 일인데요 PCB를 만들면 PCB를 설계해준다고 생각하셨던거 같아요.

PCB제작 VS PCB설계

어찌되었건 설계전화와 메일로 설계문의를 주곤하셨는데요, 개발담당자들이 메모하거나 메일을 처리하는데 곤란한 일들을 겪곤했어요.

예를 들면, 어떤 기능을 하는 전자회로를 설계해 달라고 메일을 주셔서 담당자들은 설계에 필요한 견적을 하려면

설계내용을 파악하고 주요부품을 검색하고 선정해서 개발기간을 산정해 견적을 드리게 되는데요, 보통 쉬운 설계의뢰면

30분내외로 보내지만 난이도가 있는 경우는 몇 시간에 걸쳐 조사해서 부품을 선정하고 어떤 엔지니어가 얼마만큼 소요되겠다 해서 견적을 드릴려고 하면 연락처가 없는거에요.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생기다보니 개발담당자들이 시간을 써서 견적을 해서 받았는지 스팸으로 갔는지 확인도

어려웠어요. 

#설계문의 오면 개발자들에게 공유하고 파일첨부나 주요내용등을 알려주고자 웹게시판을 개발문의에 맞게 수정했어요

#개발문의 게시판 생성하자마자, 기초과학연구원에서 중이온가속기 설계문의가 왔어요.

개발현황 그림을 클릭하시면 개발의뢰로 연결되요

설계의뢰 : 전계형성과 중이온추출목적 챔버 FPCB설계 및 제작

첨부된 파일을 보니 전자총처럼 전자기장을 Simulation해서 챔버를 설계해서 제작의뢰하는 내용이었어요.

전자기장 해석과 설계는 저희가 종종 국가연구기관과 자주 했던 일이라 이때만해도 한번 해볼까? 하던 차에, 

기초과학연구원에서 개발문의가 접수가 잘 되었는지 그리고 가능하면 방문해 달라고 연락이 왔어요. 

지금에야 기초과학연구원 앞에 큰 도로가 개통되어 세종IC에서 빠지면 금방이지만, 2019년 당시에는 T맵네비, 카카오

네비, 네이버네비를 아무리 찍어도 안나와서 근처를 찍고 정말 산넘고 물건너 갔던 기억이 나네요.

캬...지금에와서 생각하면 뿌듯하지만 국가 대형연구프로젝트 다시는 하고 싶지 않았어요ㅠㅠ

쉽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설계와 제작설치하면서 온갖 고된 일들을 겪었는데요, 몇박 몇일 추운데 밤새며 했던 일들이 

새록 새록 생각나네요.

#회로설계

기초과학연구원에 방문후에 어떤 개발건인지 컨셉을 파악하고 어떤 엔지니어가 얼마만큼 투입되서 설계기간과 실제

제작하는 견적하는데만, 7일이 걸렸어요. 견적후 IBS와 계약하고 전자기장 해석 및 PCB열해석에 들어갔어요.

쉽게 설명드리면, 중이온가속기는 전자총처럼 수천라인에 전계를 형성해 중이온 추출이 목적이었어요.

나중에 알고 봤더니 7일만에 견적했던 일은 솔직히 용감하지 않으면 하지 못했을 일인듯 싶어요

꽤 오랜기간 동안 설계와 해석을 반복하면서 수정하고, 기초과학연구원에 수백통의 확인메일을 보내며 설계를 했어요

 


 

#전자장해석 및 열해석

중이온가속기 챔버는 수천가닥의 PCB로 전계를 만들어주고, 중간중간에 저항R 천개가까이 들어가서 열이 꽤 발생되어요. 아시겠지만 열은 사람이나 전자, PCB에서 전류의 흐름을 방해하는 역할을 해서 미리 제작해 보기 전에 해석이 필수였어요. 수천억원 하는 국가 장비 설계에 해석없이 제작했다가는 낭패를 보겠죠.

PCB열해석할때는 독일 PCB열해석 박사에게 자문도 구했어요.

전자장 Simulation
PCB열해석

 


 

#FPCB제작

보통 PCB나 FPCB도 A4정도 제작하는 경우가 95%정도로 봐지는데요, 일반적인 PCB제작크기 250mm x 250mm에요.

 

중이온가속기는 둥그런 챔버에 몇 미터를 설계제작해야 했기 때문에 설계도 나눠서, FPCB제작최대 치수가

12,510 mm X 435 mm를 여러장으로 나눠 제작하고 나중에 납땜으로 이어붙여야 했어요.

 

그런데 엄청나게 큰 FPCB설계를 해도 실제 공장마다 제작해주는 규모가 대부분 대동소이했어요.

특히 우리나라 안산이나 인천에 FPCB공장들이 몇군데 있는데요, 방문해서 제작확인을 하면 대부분 손사례를쳤어요.

방문해서 알게 되었지만, PCB공장들에 들어가는 수억원의 장비들을 여러대 보유하고 유지하기 힘들기 때문에 소규모

공장에서 전문화된 작업만 하는곳들이어서 일사천리로 작업해야 하는 딱 1번만 생산하는 일이라 제작사는 없었어요.

 

저희는 COVID-19전에 다행히 중국PCB공장을 여러군데를 방문해 실제 제작현장을 보고 제작품질을 확인했기 때문에

제작사에 일전에 OK한 공장에 제작을 의뢰했어요. PCB제작은 미리 결제를 해야 제작이 되므로 중국공장에 제작비는

보냈어요. 

그런데 아뿔사...중국 첫번째 공장에서 온 FPCB가 임피던스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어요. ㅠㅠ

중국1회사와 FPCB 테스트결과를 보내줘도 중국1회사도 엄청나게 큰 FPCB와 PCB제작은 처음으로 해본일이라 저항이 커진것은 어쩔수 없었다는 입장이었어요. 충분히 이해했어요.

IBS와 협의하여 다시 제작하기로 했어요. 중국에 내노라 하는 중국2번째 PCB공장을 컨텍해 견적받고 다시 송금하고 FPCB와 PCB 제작에 들어갔어요...이미 기초과학연구원과 저희가 계약한 금액이 넘어서는 순간이었어요.

 

저항도 허용된 오차가 있는지 960개 저항을 일일이 검사하고 SMT를 해서 제작해 들여왔어요.

1차제작과 달리 2차제작에는 FPCB박싱도 나무를 짜서 특수완충제를 넣어 DHL로 들여왔어요.

송파 문정 DHL에 가서 수령했다가, 대전까지 안전하게 배송하려고 카니발 렌트해서 납품을 준비했어요. 

이런 보이지 않는 비용들을 1년전에 설계요청시 견적에는  감안되지 못했어요. 왜 세계에 7개밖에 없는 제품이니까요.


#FPCB검수1

챔버에 들어갈 FPCB는 전세계에 7개 밖에 없는 중이온가속기로 우리나라 기초과학연구를 위해 이런 규모의 설계와

제작은 거의 없었을듯 싶어요. FPCB크기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조립은 IBS를 방문해서 챔버내부에 맞춰서 해야했어요.

연구개발은 회로와 PCB, 펌웨어 설계만 하고 나면, 조립 후 테스트도 작은 책상에서 끝나는 일들이라 설치라고 할 부분도 거의 없어서 이부분이 많이 간과되어 견적되었던것 같아요.

 

4명의 엔지니어가 대전 IBS를 몇번이나 방문해 몇일동안 뱀새서 조립과 납품을 하게 되었는데요, 테스트 및 검수도 일반적인 설계의뢰와는 비교가 안되었어요.

 

#FPCB조립

기초과학연구원 중이온가속기 챔버에 FPCB조립은 몇장의 FPCB를 이어붙이는 납땜 작업었는데요, 견적에는 납땜해봤자

뭐 얼마나 걸리겠어...충분히 견적해서 계약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완전히 다른 일이 벌어졌어요.

전자를 하면 PCB에 납땜을 하면 수땜이나 납땜이 많은 경우 자삽 SMT를 하지만 이건 그렇게도 안되는 국가 프로젝트라

몇일 동안 IBS와 모텔을 오가면서 납땜을 했어요

 

4명의 멤버들이 쉬지 않고 주말과 일요일도 밤12시를 넘겨 작업을 하는데요, 이때 COVID-19로 편의점에 가면 도시락이 품절이라 기초과학연구원에서 30분걸리는 대전시내로 가서 편의점에 가서 도시락과 컵라면으로 몇일을 보냈어요.

 

#IBS 중이온가속기 설계의뢰 후기

2019년 12월 시작했던 중이온가속기설계때 2020년 11월말로 납품과 검수를 끝내니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어요.

그 사이 IBS는 공사가 한참이라 입구에 자동차차단기도 없었던 때였다가, 1년동안 앞에 큰 도로도 생기고 본관 건물도

우리나라 기초과학연구를 하는 품위에 맞게 변모된걸 보니 감개무량이 딱 맞는거 같네요

솔직히 기초과학연구원 중이온가속기 설계의뢰 개발의뢰 건은 이익으로 본다면 완전히 마이너스였지만, 그래도 그때 충실히 계약을 지키기 위해서 이익을 떠나 노력해 좋은 결과를 받았다는것에 자부심을 느껴요.

 

이 포스팅을 쓰면서 솔직히 IBS 중이온가속기 이야기를 쓰면, 글을 읽는 분들이 "설계를 못하는구만" 하실 수도 있을것

같아 걱정되지만 이렇게 큰 규모의 설계는 전세계 7대밖에 없다는 중이온가속기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다만 이익을 떠나 계약하면 포기하지 않고 완성을 시켰고, 가끔씩 막걸리한잔 하면서 애들한테 아빠가 말야...

우리나라 기초과학에 도움되는 일도 했어 ! 하는것에 만족하고 보상받는 기분이네요 ^^